자네들, 서울에 가면 경복궁에 들러본 적이 있는가? 웅장한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도 일품이지만, 이 서도사의 눈으로 보면 경복궁은 그 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네. 오늘은 조선 500년의 심장이었던 경복궁이 왜 천하제일의 명당으로 꼽히는지, 그 풍수적 비밀을 속 시원하게 알려주겠네.
풍수지리의 가장 기본은 '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본다'는 배산임수일세. 경복궁은 이 원칙을 교과서처럼 따르고 있지. 뒤로는 북악산(백악산)이라는 든든한 주산(主山)이 바람을 막아주며 버티고 서 있고, 앞으로는 청계천과 멀리 한강이라는 큰 물이 흘러 생기(生氣)를 가두고 있으니, 이보다 더 이상적인 배치가 어디 있겠는가. 산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조화롭게 만나니, 왕조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터라 할 수 있네.
명당은 주산뿐만 아니라,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, 즉 사신사가 제대로 갖추어져야 하네.
이렇게 북악산, 낙산, 인왕산, 남산이 사방에서 경복궁을 포근히 감싸고 있으니,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길지(吉地)가 아닐 수 없네.
궁궐 앞으로 흐르는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이 아닐세.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나가며 땅의 생기를 한데 모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명당수(明堂水)라네. 물은 재물을 상징하니, 청계천은 곧 나라의 부(富)가 마르지 않게 하는 원천이었던 셈이지.
경복궁을 가보면 광화문에서부터 근정전, 사정전, 강녕전, 교태전을 거쳐 향원정까지 일직선으로 건물이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네. 이는 주산인 북악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아 왕의 권위를 세우고, 국정이 막힘없이 흐르도록 설계한 깊은 뜻이 담겨있다네. 이 축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, 나라의 안녕과 질서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지.
이처럼 경복궁은 풍수지리의 모든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천하의 명당일세. 무학대사와 정도전 같은 당대 최고의 지관들이 왜 이 터를 조선의 중심으로 삼았는지 이제 이해가 가는가?
다음에 경복궁에 가거든, 그냥 지나치지 말고 서도사가 알려준 대로 사방의 산세를 한번 둘러보게. 500년 왕조의 숨결과 함께, 이 땅을 지켜온 거대한 기운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걸세.
서도사 합장